::: 2015년 07월 국립암센터 뉴스레터 :::

::: 2015년 7월 국립암센터 뉴스레터 :::

국립암센터는 6월 10일(수) 원내 국가암예방검진동 8층 국제회의장에서 ‘신개념의 암 환자 지지의료(A New Paradigm for Supportive Oncology)’라는 주제로 제9회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의 키워드는 ‘완화의료’와 ‘생존자 관리’이다. 임종기 환자에 대한 호스피스에 국한되었던 완화의료를 암 진단 시기부터 조기에 제공하는 한편, 암 치료가 끝난 생존자들도 원활하게 사회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암 환자 지지의료’의 세계적인 흐름이다. 이번 심포지엄을 계기로 암 환자 지지의료의 국내외 동향에 대해 살펴보는 자리가 되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국립암센터 장윤정 호스피스완화의료과장이 ‘말기 암환자의 지지의료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발표하였고, 일본 국립암연구센터에서 지지요법 개발센터장을 맡고 있는 우치토미 요스케 박사가 임상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발표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일본 국립암연구센터의 생존자지원연구부장인 다카하시 미야코 박사가 암 생존자 관리에서 국가와 국립암센터의 역할에 대해서 소개하였다. 이어서 국립암센터에서 유방암 생존자 다학제클리닉을 책임지고 있는 정소연 박사와 분당서울대병원 암통합지지센터장인 임재영 교수가 종합병원을 기반으로 한 생존자 진료와 재활에 대해 발표하였다.

국립암센터 이강현 원장은 “이번 심포지엄은 내년부터 시작되는 국가암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써, 향후 우리나라의 완화의료와 생존자 관리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이런 노력이 국립암센터의 미션 중의 하나인 ‘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의 달성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보다 심층적인 논의를 위해 오후 4시부터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세계과학 기자협회 학술대회에서 김대현 박사와 다카하시 미야코 박사의 강의에 이어, 국립암센터 김열 박사가 ‘암 생존자 케어를 위한 한국적 공동진료모델’에 대해 전 세계 유수의 다국적 언론인들과 토론 및 발표 시간을 가졌다.

암 환자의 통증은 단순히 신체적인 증상만이 아니라, 불안과 우울 같은 정서적 고통과 기능장애가 함께 하는 복합적인 현상이다. 기존 방식의 통증클리닉으로서는 이를 포괄적으로 다루기 어려워서, 마취통증의학, 정신건강의학, 재활의학, 신경학, 가정의학 전문의가 함께 진료를 보는 통증 다학제클리닉을 작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잘 낫지 않는 복잡한 통증을 안고 여러 과를 떠돌고 있는 암환자들이 많은데 최고 전문가로 구성된 다학제클리닉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어 환자들의 호응이 뜨겁다.

국립암센터를 찾았던 43살 유방암 환자의 예를 들어 보자. 이 환자는 다발성 뼈 전이때문에 어깨와 등, 허리, 골반의 통증을 비롯하여 전신의 심한 통증을 호소하여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하던 환자로서, 급성 통증으로 인하여 수차례 응급실을 방문할 정도였다. 그러나 통증다학제클리닉에서 면밀한 평가를 거친 결과 암성 통증보다는 진통제 금단증상이 주된 문제로 판명되었고, 진통제를 서서히 끊기로 환자와 합의하였다. 신경차단술, 정신치료, 항우울제 및 항불안제 처방, 물리치료 등의 포괄적 치료를 통해 환자는 마약성 진통제를 완전히 끊을 수 있었다. 또 소량의 항우울제 복용만 유지한 상태로 가벼운 허리 통증 외에는 증상이 소실되었다.

내과의사이자 국제보건학 박사로서 도쿄의대 교수를 거쳐 일본 국립암연구센터의 암대책정보센터에 2013년 4월 개설된 암생존자관리지원 연구부의 초대 부장으로 부임한 바 있다. 이때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적 암 생존자 케어를 위한 다학제적 협력 계획’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암은 1931년 이후 일본 국민의 주요한 사망 원인으로 부상했으며, 일본에서 2015년 한 해 동안만 암을 일생에 한 번이라도 진단 받는 암 경험자가 5만 3천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암 경험자는 치료의 후유증으로 다양한 증상이 남아 있을 수 있고, 재발에 대한 불안을 안고 있으며, 완치 후에도 사회로 복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곤 한다. 점차 암이 만성질병화 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암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연구해야 한다. 암 생존자 관리를 이해하고 협력할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일본은 2007년 4월 암대책기본법을 제정했고, 제2기 암대책추진기본계획의 전체목표의 하나로서 ‘암에 걸려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의 구축’을 내걸면서 ‘치료의 초기 단계부터의 완화의료의 실시’가 중점과제로 선정된 바 있다. 또 암생존자들이 직장생활과 증상관리를 병행할 수 있도록 전국의 암거점병원의 상담지원센터에서 직장복귀 상담을 제공하고, 지역사회 및 재계가 협력하도록 하는 모델을 만들고 있다.

암 생존자 돌봄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 안 으 로 , 암 전문의가 일차진료의와 함께 암환자의 건강을 관리하는 공동진료모델이 있다. 원발암의 재발 외에도 이차암의 예방 및 관리, 만성질환 관리 등 암 경험자의 건강문제들은 너무나 포괄적이어서 암 전문의의 관리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따라서 암 전문의와 일차진료를 담당하는 의사가 환자의 돌봄을 공유해 보완적인 역할을 하는 공동 진료 모델을 발전시켜야 한다.

공동진료모델에서 암 전문의는 원발암을 치료하는데 집중하고 암환자의 병력에 대해 일차진료의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다. 또 장기적인 암환자 돌봄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시기에 암 경험자가 일차진료의의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일차진료의는 암 경험자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겪는 통증 및 고충을 관리하고 이차암의 예방 및 만성질병에 대한 돌봄을 담당한다.

한편 국립암센터는 한국형 암 경험자 돌봄 모델을 발전시키기 위해 2011년 국립암센터를 내원한 암 경험자 234명을 상대로 공동진료모델 파일럿 연구를 진행한 바 있으며 암 전문의와 일차진료의의 공동진료에 대한 환자들의 반응이 긍정적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말기암 환자가 가장 많이 겪는 치료 부작용으로는 통증, 어지러움과 구토, 피로, 감염, 빈혈, 림프부종 등이 있다. 정서적으로도 우울감, 불안, 무기력증, 신경성 식욕 부진증 등을 겪곤한다. 말기암 환자 뿐 아니라 환자에게 돌봄을 제공하는 보호자 역시 지지의료를 필요로 한다. 보호자는 본인의 특수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위 사람들에 대한 좌절감, 사회적 고립감, 환자에 대한 불안과 걱정, 오랜 돌봄으로 인한 피로와 불면, 집중력 저하, 그리고 이러한 증상들에 대한 부정 등 다양한 감정에 노출된다.

말기 암 환자의 지지의료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사전 돌봄계획이 있다. 사전 돌봄계획이란 환자의 몸 상태가 악화되어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을 때로 시행할 치료에 관해 미리 자신의 의사를 밝혀 두는 것이다. 환자의 가치와 믿음, 그리고 치료 방법에 대한 소망을 치료에 반영한다는 의의가 있다. 사전 돌봄계획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환자와 가족들의 희망이 꺾이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오히려 환자와 보호자에게 시기적절한 치료 정보를 제공해줌으로써 환자와 보호자가 만족할 수 있는 방식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계획을 세우는 등 긍정적인 영향이 크다. 또 지지의료는 환자와 환자의 가족은 물론이고 의사, 간호사, 약사, 영양사, 사회 복지사 등 관련자들이 함께 협업했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